[연합시론] 흔들리는 與 '혁신' 동력…자기희생 없인 쇄신없다

2023-11-15     연합뉴스 기자

혁신안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2호 혁신안으로 친윤(친윤석열) 핵심과 영남 중진을 향해 '불출마·험지출마'를 요구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당사자들이 호응하기는커녕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혁신위 내부에서 조기 해체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갈등 확산 조짐도 엿보인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과연 국민의힘에 혁신의 진정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띄운 취지는 당을 뜯어고쳐 총선 승리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민심의 이반을 똑똑히 확인한 집권여당으로서는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김기현 대표) 쇄신과 변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혁신위 활동과 당내 반응을 보면 혁신위와 당 주류 간에 서로에게 밀리지 않겠다며 힘겨루기만 이어가는 형국이다. 인 위원장은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당 주류를 향한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전날 열린 심야 혁신위에서는 "혁신위를 흔들지 말라"는 취지의 성명서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혁신위에 대해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지 않아야 한다"고 직격했던 김 대표는 15일에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또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 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 나갈 것"이라며 당의 주도권을 분명히 했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대규모 지지자 모임을 통해 세 과시를 하며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한 데 이어 12일 지역의 한 교회 간증에선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 해도 나는 내 할 말 하고 산다"라고 말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일단 험지 출마는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인요한 혁신위의 동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혁신위가 제안한 권고안이 당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내년 총선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는 만큼 답변을 바로 내놓기 어려울 수 있다. 불출마·험지출마의 경우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를 쉽게 결단할 수 없다는 당사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되는 법이다. "전권을 주겠다"고 한 혁신위의 제안을 무시하고 못 들은 척한다면 납득되기 어렵다. 민심을 다잡으려면 윤석열 정부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부터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자기희생의 자세를 적극 보여야 할 것이다. 보다 과감한 쇄신을 촉구하는 초선 등 당 내부의 목소리도 나와야 당의 건강한 체질 변화가 가능하다. 혁신위 성공 여하에 총선 전망은 물론 국민의힘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