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동훈 출마' 연일 갑론을박, 與 이래서 민심 얻겠나

2024-06-14     연합뉴스 기자

내달 23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대표 출마가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출마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잠재적 후보가 속출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원외 당대표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며 회의론을 폈고, 윤상현 의원은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한 분이 다시 나오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뭐 하러 사퇴했나"라고 직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외곽에 있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도 '한동훈 때리기'에 예외가 아니다. 가깝게는 당권, 멀게는 대권을 겨냥한 경쟁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 눈에는 한가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거대 야권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여당이라서 그렇다. 총선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으면 환골탈태와 재집권의 길을 논하는 게 정상인데, 작금의 모습을 보면 지리멸렬하다 못해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당의 당권 경쟁이 시작부터 한 전 위원장의 출마 논란으로 전개되는 것은 '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을 뜻하는 '어대한'이라는 조어가 생길 만큼 그의 대세론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총선 기간 내내 한 전 위원장과 갈등을 빚은 친윤(친윤석열)계가 이런 흐름을 달가워할 리는 없을 것이다. '황우여 비대위'는 지난 13일 당대표 선거룰을 '당원 80%+국민여론조사 20%'로 바꾸기로 했는데, 친윤계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대위 내에선 민심 반영 비율을 최대 50%로 올리거나 최소한 과거 30%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결국 민심 반영 비율을 찔끔 올린 것이다. 당원 100% 투표로 치러진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가 친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될 것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에선 아직도 총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보수를 갈라놓은 탓이라고 말하는 친윤과 윤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해 한동훈 비대위가 애써 만들어놓은 유리한 판세가 뒤집혔다는 비윤(비윤석열) 측 시각이 엇갈린다. 총선 후 두 달이 넘도록 이런 논쟁을 벌이는데, 서로 책임을 돌려본들 국민 눈에는 오십보백보로 비칠 뿐이다. 국민이 집권 여당에 바라는 것은 향후 여권 내 권력 헤게모니를 둘러싼 정치 셈법이 아니라 반대 진영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유연한 정책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지층이라도 회복해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고 힘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내부 알력 싸움만 지속한다면 전당대회를 백번 열어도 민심은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