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바쁘면 종종 그러는 터라 심히 양심에 찔려 조용히 고개 숙이고 듣고만 있었습니다. 다른 직원이 “형님 많이 바빴는가 보죠.. 우리도 바쁠 땐 그러지 않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지”
이렇게 한 두 마디 나누던 게 점점 토론의 장으로 확대되어 이른 새벽 한적한 시골에 나 혼자만 가고 있을 때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면 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찬반론부터 나 혼자가 아닌 어린 자녀가 옆에 타고 있다면 어떻게 할거냐 하는 식으로 점점 열기가 뜨거워져만 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절반은 가야한다고 하고 절반은 가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자녀가 옆에 타고 있을 때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퇴근 후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다가 아침 상황이 생각나서 은근슬쩍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른 새벽 한적한 시골길에 나 혼자 운전하고 가고 있는데 신호등이 바뀌어 빨간불이 되었을 때 서야할까? 가야할까?”
갑자기 밥 먹다가 소화 안 되게 뜬금없는 소리한다고 면박을 주면서도 친구들은 대부분 그냥 가겠다고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면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옆에 타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다시 물었더니 한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역시나 가겠다고 합니다.
“야, 애기 눈 살짝 가리고 가면 되지 뭘 그런걸 고민해?”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브레이크 안밟고 가는게 애국하는 거야 왜이래~~” 하며 웃음을 줍니다. 그런데 솔직히 조금 뜻밖이었습니다. 이렇게나 다들 가겠다고 할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나도 한번 그 물음에 답해 보았습니다. 나 혼자있으면 그냥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딸아이와 함께 있다면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법규라는 것은 누가 있어서 지키고 누가 없다고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닌데... 나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지키는 것이고 최소한의 질서를 위해서 지키는 것인데 참 잘못된 생각을 갖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사고들을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가벼운 사고는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사망사고 같은 큰 사고를 목격하게 되면 며칠은 운전대를 잡기가 싫을 정도로 끔찍하기도 하지요.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고 위반하는 크고 작은 법규들이 우리의 생명을 지켜줄 수도 앗아갈 수도 있는데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너무 쉽게 지키지 않았던 내 자신부터 반성하며 앞으로는 안전띠를 착용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신호위반·과속운전 안하기는 물론이고 작은 교통법규라도 잘 지켜 ‘도로의 김여사’가 아닌 ‘도로의 센스쟁이, 멋쟁이’가 되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