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영화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내년으로 물러나 있다.
특히 올해 여름과 가을, 겨울 성수기를 모두 지나친 대작들이 다시 내년을 기약하고 있지만, 한 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주요 배급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이준익 감독의 흑백 사극 영화 '자산어보' 등이 대표적이다.
정성화가 안중근 의사로 분한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 이후 마지막 1년을 담은 작품. 뮤지컬을 보고 감명받은 윤제균 감독이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2012)처럼 현장에서 라이브 녹음에 도전했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서복'은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스타 배우 캐스팅과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로 화제를 모았다.
1990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이 생사를 걸고 함께 탈출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모가디슈'는 지난해 상반기 이미 모로코에서 촬영을 마치고 여름 개봉을 노렸던 영화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가 출연한다.
염정아와 류승룡이 주연한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마지막 생일 선물로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의 로드무비다. 1970년대 이후 대중에게 익숙한 가요들이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이준익 감독이 '동주'에 이어 다시 흑백으로 찍은 사극 '자산어보'는 지난해 가을 촬영을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내년 설 개봉을 잠정 계획하고 있다.
흑산도로 유배당한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섬 청년 창대를 만나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며 조선 최초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이야기로, 설경구가 처음 사극에 도전하는 영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유례없는 팬덤을 만든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도 내년 개봉을 기다린다. 실존 인물인 선거 참모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그의 뒤에서 뛰어난 선거전략을 펼친 서창대(이선균)의 치열한 선거 전쟁을 그린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 10월 촬영을 마무리하고 내년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애초 2021년 개봉 예정작 중에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용의 출현'이 최대 기대작 중 하나다. 1천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라있는 '명량'(2014)의 후속작으로, 임진왜란 개전 후 왜군과의 첫 번째 전면전을 다룬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의 신작들도 준비 중이다.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박해일과 함께 '헤어질 결심'을 촬영 중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강동원·배두나가 출연하는 '브로커'(가제) 각본을 마무리하고 내년 촬영에 들어간다.
내년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도 상반기에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지만,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역시 이민자로서 제작에도 참여한 배우 스티븐 연과 한국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출연했다. 특히 윤여정이 아카데미에 앞서 열리는 크고 작은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으며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을지 관심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