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영웅' 김연경·안산…백기완·유상철·정진석 등 작고
올해도 각 분야에서 다양한 인물이 뉴스의 중심에 등장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만큼 정치권에서는 대권에 도전장을 던진 인사들이 조명을 받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각각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후보로 선출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문화계에서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102년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연기상을 받았고, 그룹 방탄소년단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K-컬처' 열풍을 이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미뤄져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은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고, 양궁 국가대표 안산은 한국 선수 최초로 하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파격 인사를 단행하면서 경영 복귀를 알렸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사업과 재산 증식에는 성공했지만 골목 상권 황폐화 등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통일운동가 백기완, 축구감독 유상철, 정진석 추기경, 조용기 원로목사 등 세상을 뜬 유명 인사들도 적지 않아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겼다.
◇ 여당 대선 후보 된 '이단아' 이재명
10월 10일 끝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50.29%를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제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도시 빈민 집안의 소년공 출신에 국회의원 경력도 없어 당내에서도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던 '변방의 장수'였으나 시민운동을 하던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쳐 여당 대선 후보로 발돋움했다.
이른바 '사이다' 이미지에 더해 기본소득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대표되는 선명한 정책 브랜드, 경기지사 시절 코로나 방역 대응 등에서 보여준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강점을 집약한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전환적 공정성장' 비전 등을 앞세워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후보 선출을 전후해 터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2030 세대 및 여성층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비호감 정서, 높은 정권교체 여론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 나서는 동시에 대대적인 부동산 개혁 추진을 공언하고 있다.
◇ 제1야당 '대선 간판' 부상한 칼잡이 윤석열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와 반목한 그는 지난 3월 임기를 넉 달여 남기고 검찰총장에서 전격 사퇴한 뒤 6월 29일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공정과 상식'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며 전국 선거 4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보수 진영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잦은 말실수로 '1일 1실언'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으나 빠른 적응력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당 안팎의 집중 공세에 노출되면서도 정권 교체 여론을 발판으로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했다.
당내 최종 경선에서 '보수 적자'를 자임하는 홍준표 의원과 혈투 끝에 압도적인 당심을 등에 업고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정치 신인으로서 제1야당 대선 후보에 오르는 이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선대위 구성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팀'으로 끌어안고 중도를 넘어 합리적 진보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론'을 펴고 있다.
◇ 헌정사상 첫 30대 '0선' 당대표 이준석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30대에 주요 정당의 당수가 됐다.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이른바 '0선' 이 대표는 나경원·주호영·조경태·홍문표 후보 등 도합 18선의 쟁쟁한 중진 경쟁자를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2011년 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해 '박근혜 키즈'로 불렸다.
이준석 현상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4·7 재보선에서 확인된 2030 세대의 시대 변혁 욕구와 보수 재건의 열망이 낳은 이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라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겸 홍보미디어본부장의 1인 2역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3박 4일간 지방을 돌며 사실상 당무를 보이콧했지만, '울산 담판'으로 갈등을 봉합하면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를 관철하는 노련한 정치력을 보이기도 했다.
◇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수상한 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지난 4월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기상(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데뷔한 윤여정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첫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역대 두 번째 아시아 여성 배우라는 기록을 세웠다.
'미나리'가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상 112개 중 윤여정이 받은 상은 아카데미를 포함해 총 42개에 달한다.
윤여정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고, 국내에서는 대중문화예술상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드라마 새 역사 쓴 황동혁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 1위에 올랐고, 47일 연속 정상을 유지해 넷플릭스 사상 최장 1위 기록을 세웠다.
'오징어 게임'은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인 '2021 E!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올해의 몰아볼 만한 쇼' 부문 상을 받았고,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 '고섬 어워즈'에서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 부문을 수상했다.
황 감독은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가 선정한 '올해의 50인',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아시아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 AMA 대상 거머쥔 첫 아시아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그룹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서 정상급 인기를 재확인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서머송 '버터'를 발표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통산 10주간 1위를 기록했다. 7월 선보인 '퍼미션 투 댄스',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로도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11월 22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아시아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다. 또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에 2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11월 27∼28일, 12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대면 콘서트를 열어 관객 21만4천여 명을 모았고, 약 394억원을 벌어들여 9년 만에 최고 흥행 기록을 썼다.
◇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말 남기고 떠난 정진석 추기경
한국인 두 번째 추기경이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지난 4월 27일 향년 90세로 선종했다.
1931년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정 추기경은 발명가를 꿈꾸며 1950년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고서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1961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하며 교회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로마 유학은 후일 라틴어 교회법전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계기가 됐다.
1970년 주교로 서품되고 청주교구장에 착좌해 28년을 사목했다. 1998년 서울대교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14년간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성직자로 활동했다.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추기경에 임명됐다. 한국에서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추기경이었다.
생전 장기기증 서약을 했고,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다며 병석에 있던 두 달여 기간 연명치료를 거부했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 천막교회를 세계 최대 교회로…조용기 목사 별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인이 다니는 초대형 교회로 키워낸 조용기 원로목사가 지난 9월 14일 별세했다.
조 목사는 고교 시절 폐결핵으로 죽음의 위기를 맞았을 때 누나 친구로부터 복음을 처음 접하고서 크리스천이 된 것으로 전한다.
1958년 장모이자 목회 동역자인 최자실 목사와 함께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천막교회를 세운 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시초가 됐다.
교회는 1970∼1980년대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희망의 신학'을 외치며 성장을 거듭했다. 1993년 교인 수 7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여러 대북사업을 통해 통일시대를 준비했던 그는 북한에 심장전문병원을 세워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으나,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풀리지 않으면서 미완성의 꿈으로 남았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취임한 정순택 대주교
지난 12월 8일 정순택 대주교가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했다.
정 대주교는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뒤늦게 사제의 길로 들어섰다. 가톨릭대에 편입해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했고, 1992년 종신서원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로마에서 유학하며 성서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주교품을 받은 후 서서울지역 및 청소년·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를 맡았다.
2016년부터 서울대교구 산하 한국교회사연구소 이사장,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와 시복시성준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교구장 착좌미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주교였던 그를 신임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에 임명하고 대주교로 승품했다.
◇ '대장동 로비 의혹'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 회장 김만배 씨가 거액의 배임과 뇌물 혐의로 구속되면서 '50억 클럽' 의혹 등 검찰 수사의 불씨를 댕겼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맡아 법조인들과 친분을 쌓아온 그는 2015년 2월 화천대유 설립 후 지분을 100% 소유하면서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3호 실소유자로 알려진 김씨는 1억원이 조금 넘는 출자금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1천4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겼다.
검찰은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이 거액의 이익을 챙기고 사업 주체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수천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결론 내렸다.
◇ 현대차 엔진결함 내부고발 김광호 씨 미국서 거액 포상금
현대·기아차의 안전법 위반을 제보한 내부고발자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거액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김 전 부장은 현대차가 세타2 GDi(직접분사) 엔진의 결함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2016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한국 정부에 제보했다.
이후 영업비밀 유출 등 사내 보안규정 위반을 사유로 해임됐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는 등 고초도 겪었다.
NHTSA는 현대·기아차가 해당 엔진을 장착한 차량 160만 대를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게 리콜했고 NHTSA에도 엔진 결함 정보를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양사에 과징금 8천100만 달러(한화 약 951억원)를 부과했다. 올해 11월에는 김 전 부장에게 2천400만 달러(약 282억원)가 넘는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 '10년 만에 권토중래' 오세훈 서울시장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의 야인생활 끝에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서울시청에 재입성하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취임 후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선별적 복지제도 '안심 소득',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 등 오세훈표 정책과 사업을 쏟아내며 시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년 2개월 남짓한 임기 안에 끝내기 어려운 굵직한 중장기 정책도 발표하면서 재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며 전면에 내건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마찰음을 내기도 했다. 시민단체 협력 사업 등 박원순 전 시장 역점 사업의 내년도 예산을 대거 삭감해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관련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유죄 확정 김경수
'친문 적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등의 별칭이 따랐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돼 지난 7월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됐다.
김 전 지사는 1심 유죄 선고로 법정구속된 뒤 77일을 복역한 바 있어, 2023년 봄쯤 선고 형량인 징역 2년을 채우고 출소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 전 지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협치부대표에 임명돼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위상을 높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잠재적 대선주자 반열에까지 올랐으나 댓글 여론조작 유죄 확정으로 향후 정치적 행로가 불투명하게 됐다.
◇ 진보운동 '큰 어른' 백기완 영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이자 통일운동가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2월 15일 영면했다.
1933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백기완은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분단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경험 속에서 통일 문제와 사회 모순에 눈을 떴다.
1950년대부터 빈민·통일·민주화운동 등 한국 사회운동 전반에 투신한 '투사'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고, 1987년과 1992년 민중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후 통일문제연구소장으로 활동해 왔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인사와 시민사회 관계자 조문이 이어졌다.
◇ 홍남기, '홍백기'에서 '홍결기'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부총리이자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최장수 장관이다.
지난해 국민 70%에 주기로 했던 재난지원금 대상이 전 국민으로 바뀌는 과정,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양도세 대주주 중과 등 이슈에서 번번이 여당에 밀려 '홍백기'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두 차례 관철했다. 2차 추경 편성 과정에서 전 국민 지원금을 추진하던 여당에 맞서 국민 88%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초과세수를 활용해 내년 예산으로 전 국민 지원금을 지급하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의지도 홍 부총리 등 정부 반대로 좌절됐다.
이 과정에서 '홍백기'가 '홍결기'가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홍 부총리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고 과정에서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경제부총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 '국정농단' 구속 후 207일 만에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국정농단' 사건으로 올해 1월 실형을 받고 구속됐다가 207일 만인 8월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됐다.
가석방 이후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취업이 제한된 신분이지만, 출소 당일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밀린 현안을 파악하며 경영 복귀를 알렸다.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을 위해 11월에 미국, 1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각각 방문해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과 바이오, 반도체 사업 협력 기반 등을 다졌다.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다녀와서는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마음이 무겁다"는 메시지를 냈고, 이후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3인을 전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뉴삼성' 비전을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 성공 가도 달리다 논란 휩싸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사업과 재산 증식에서 올해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6월 14일 기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김 의장은 재산 약 127억 달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약 126억 달러)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올랐다. 김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 매출은 3분기에 처음으로 네이버를 넘어섰다. 양사의 전신부터 따지면 18년 반 만의 역전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지네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황폐화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국회는 국정감사에 김 의장을 세 차례 출석시켜 골목상권 침범, 열악한 플랫폼 노동자 처우,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지적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김 의장은 2월 10조원이 넘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월에는 김 의장이 카카오 주식 33만 주(1월 기준 1천452억원 상당)를 가족과 친인척에게 증여한 점과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이며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김 의장의 아내·아들·딸·동생 등이 임직원으로 있는 '가족 회사'라는 점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배민 신화' 김봉진, 억만장자 기부클럽 가입한 첫 한국인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면서 부인 설보미 씨와 함께 세계적인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
첫 한국인 가입자이며, 아시아에서는 중국인과 인도인 등에 이어 일곱 번째다.
네오위즈와 네이버 등에 다니다 2010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으며, 이후 올해 초까지 이미 100억원 넘게 기부했다.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며 받은 DH의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하면 재산이 조(兆) 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수성가형 신흥 부자의 대표적 인물인 김 의장의 재산 사회 환원은 '부(富)의 대물림'으로 상징되는 기존 재벌 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한국의 척박한 기부문화를 개선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 한국을 세계 정상권에 올려놓은 '배구 여제' 김연경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순간마저 '배구 여제' 김연경다웠다.
김연경은 8월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오늘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날"이라고 말했다.
경기 뒤 김연경은 코트를 바라보며 한국 여자배구의 에이스로 활약한 시간을 돌아봤고, 취재진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김연경은 만 17세이던 2005년 처음 대표팀에 뽑혔다.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 덕에 2012 런던올림픽 4강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 2020 도쿄올림픽 4강 등 성적을 내며 세계 정상권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곳곳에서 김연경의 헌신과 리더십을 조명하는 '신드롬'이 일어났다.
◇ 한국 선수 최초 하계올림픽 단일대회 3관왕 안산
안산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등 3종목을 석권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올랐다.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선수가 하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안산이 스타덤에 오르자 안산시민들이 SNS에서 그를 시 홍보대사로 위촉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안산은 고향인 광주광역시 홍보대사가 됐다.
안산은 위기의 순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다. 첫 올림픽부터 '신궁' 반열에 오른 안산은 9월 미국 양크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 '복귀 약속' 남기고 별이 된 한일월드컵 스타 유상철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6월 7일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A매치 124경기에 출전하며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다.
1994년 프로 첫해 수비수로 K리그 시즌 베스트 11에 선정됐고, 1998년엔 미드필더, 2002년엔 공격수로 베스트 11에 뽑힐 정도로 다양한 포지션을 훌륭히 소화했다. 1998년엔 K리그 득점왕(15골)도 차지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 동점골,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 추가골 등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
2009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유상철은 대전 시티즌, 울산대, 전남 드래곤즈 등을 거쳐 2019년 5월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다.
2019년 11월 황달 증세로 입원한 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유상철은 투병 생활을 하면서 인천 팬들에게 사령탑 복귀를 약속했지만 끝내 지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