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음이 크게 들리더니 건물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어요. 너무 무서워서 무작정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죠."
22일 오후 1시 14분께 점심시간이 막 지난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건물 3층에서 3~4차례 폭발음이 터져 나오며 주변을 뒤흔들었다.
비교적 작은 폭발음이 2~3차례 먼저 난 후 곧장 큰 폭발음이 건물을 울렸다.
폭발은 곧바로 화재로 이어졌고, 매캐한 연기와 가스 냄새가 건물을 가득 메웠다.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신속해 대응하면서 불은 진화됐지만, 층마다 병원이 자리한 건물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폭발에 놀란 병원 의료진과 환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정신없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고, 영문도 모른 채 밖으로 대피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난리에 놀라 몸을 덜덜 떨기도 했다.
4층에서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폭발음 후 곧바로 비명소리가 났다"며 "긴급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의료진들이 환자와 보호자들을 모시고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입원환자 김모(29)씨도 "폭발음에 불이 난 거라 생각해 계단으로 대피하다가 넘어지기도 했다"며 "계단에는 연기랑 매캐한 가스 냄새가 가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층에 입점한 판촉물 가게 직원들은 "큰 굉음이 들리고 건물이 약간 흔들린 것 같아서 처음에는 엘리베이터가 추락한 줄 알았다"며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대피한 사람들이 뭔가 폭발했다고 해 그때야 상황을 대충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폭발음은 이 건물 3층 치과 앞에 둔 상자에서 시작됐다.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상자를 들고 와 병원 앞에 놓고 갔는데, 그 상자가 폭발했다.
타고 남은 상자 안에서는 부탄가스 통 4개와 인화성 물질이 담긴 통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 특공대, 과학수사대 등을 투입해 폭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은 을지훈련 차원의 민방위 훈련도 예정된 날이어서 훈련을 위해 대기하던 지자체, 군인 등 훈련 인원들이 실제 사고 현장으로 뛰어와 현장에서 대응하기도 했다.
경찰은 부탄가스 통과 인화성 물질에 불을 붙인 용의자를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