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겨 동정을 베푸는 게 우리네 인심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동정을 베푸는 건 누구나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의 음주운전으로 세간에 말들이 많습니다.
문다혜 씨는 동정을 바라지도 않고 후회막급일 텐데,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맹목적으로 감싸는 일은 온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다혜 씨 음주운전 관련 보도에는 다혜 씨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습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음주운전까지 했을까", "너무 딱하다", "우리가 이해해 주고 감싸줘야 한다", "기레기(기자 멸칭)들 더럽게 기삿거리가 없나 보다. 일국의 장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사람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기사까지 내는 건 조회수 때문인가" 등.
검찰이 최근 불기소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이번 다혜 씨 음주운전에 연관 짓는 여론도 뜨겁습니다.
"현직 대통령 와이프는 디올 백 받아도 일반인이라고 괜찮은데, 은퇴한 대통령 딸은 평생 공인으로 살아야 하니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때다 싶은 국민의힘은 한 건 잡았다는 듯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직 당 대표부터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딸까지 음주 범죄를 저질렀으니, 민주당과 음주운전은 뗄 수 없는 연관검색어가 됐다"고 비꼬았습니다.
깜냥깜냥 해봤자 천상 깜냥도 못돼 연거푸 당 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5선의 여성 의원의 한마디는 더 가관입니다.
그는 "이재명과 개딸들은 탄핵 폭주 운전, 민주당 전 대표이자 전 대통령의 딸은 음주운전"이라며 "그들의 거짓 선동과 위선,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결국은 다 드러나게 돼 있다"고 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김대남과 관련돼 찔리는 데가 많은 듯, 그는 보험을 들 듯 최근 지나치게 반응을 해대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역겹습니다.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똑부러지게 의견 하나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궁지에 몰리자 뜬금없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에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했습니다.
평등하지 않은 대한민국이지만 법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문 씨의 음주 문제는 법대로 절차대로 수사가 이뤄지고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문 씨의 음주운전에 대한 갑론을박을 들으면서 '살다보면'이라는 단어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장가도 못 간 50대가 무주택 단칸방에서 혼자 살아가는 삶이나 빚쟁이에서 겨우 벗어나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도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2TV 주말연속극 '다리미 패밀리' 주제곡 '살다보면' 가사를 들으니 국민은 이런 일 저런 일에 부딪치며 마지못해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살다보면 하루 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수많은 근심 걱정 멀리 던져 버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문다혜 씨도 자신의 이혼 문제와 검찰 출석을 앞두고 힘이 들겠지만 잘못을 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일부 극렬 지지자들의 동정은 문다혜 씨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동정의 여지가 없습니다. 살다보면 벼라별일이 많습니다. 내 뜻과 상관없이.
문다혜 씨는 쏟아지는 비난도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합니다.
과거 아버지에게 스스로 엄격하게 본분을 지키며 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기를.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