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이어 AI 직격탄 맞은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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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이어 AI 직격탄 맞은 '전통시장'
  • 김창용 기자
  • 승인 2015.09.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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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대목 특수' 실종…상인들 "파리만 날려…" 아우성

▲ 추석을 1주일 앞둔 20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날 양동시장은 평년 추석에 비해 한산을 모습을 띠었다. 2015.9.20
"새벽 5시에 나와서 4시간째 마수걸이도 못했어요."

20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초입. 38년째 채소를 파는 이경남(84) 씨는 고단한 얼굴로 손님을 기다렸다.

이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단골도 끊기는 등 요즘 장사가 영 신통치 않다며 혀를 끌끌 찼다.

마침 찾아온 손님이 고추 가격만 묻고 돌아서자마자 이씨는 거스름돈으로 준비한 천 원짜리 지폐 뭉치만 하릴없이 세고 또 셌다.

옆에 있던 상인 최경남(68) 씨는 "기다리는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계속해서 볼멘소리를 해댔다. 그래도 최씨는 진열된 황조기 위에 얼음물을 연신 끼얹고, 명태 묶음 쪽으로 선풍기 바람을 돌리는 등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시장 길목 구석에 둘러앉아 쪽파를 다듬던 서너 명의 아낙은 "지난해 추석에는 제법 장사가 됐는데...올핸 메르스 때문인지 손님이 뚝 떨어졌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보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때문인지 빈손들이 대부분이었다.

▲ 추석을 1주일 앞둔 20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생선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양동시장은 평년 추석에 비해 한산을 모습을 띠었다. 2015.9.20
주부 김모(39)씨는 "뉴스를 보면 과일과 채소, 생선 가격이 대부분 내려갔다고 하던데 이곳에 와보니 사정이 크게 달랐다"면서 "병어 한 마리가 제일 싼 게 1만5천원씩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추석을 1주일 앞둔 양동시장은 제수용품을 사러 온 시민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수가 더 많아 보였다. 

주황빛 보안등 아래로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고인 양동시장의 골목에서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올 초부터 이어진 경기 부진과 메르스 불똥에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양동시장의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침통한 표정을 한 상인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가뜩이나 최근 발생한 AI로 가금류의 이동이 중단돼 꼼짝없이 가게 문을 닫게 된 생닭과 오리 판매점의 타격은 더욱 컸다. 대목을 코앞에 두고 된서리를 맞은 이들 가게주인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생닭과 생오리 판매점 10여곳이 밀집한 '닭전머리'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적막감만 감돌았다.

한 생닭집 주인은 "그동안 경기가 나빠서 고생 고생했는데…. 명절 직전에 생각지도 않던 AI가 닥쳐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다. 한마디로 앞이 캄캄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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