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같았던 계엄의 밤이 지난지도 3주가 넘었지만 날마다 세상이 어처구니없이 돌아갑니다.
어리둥절하며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연말을 마주하니 맨정신으로 견뎌내기가 힘이 듭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연말 분위기에 취소했던 연말 모임을 어렵사리 되살려도 마음 편한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많이 묻어납니다.
우리의 국격과 경쟁력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트린 내란 세력들에 대한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그들의 '미친 계획'들 때문에 되살아나는 계엄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국민들을 불면에 시달리게 하고 있습니다.
"냉정한 세상 허무한 세상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상 /팔자라거니 생각을 하고 /가엾은 엄니 원망일랑 말어라 /가는 세월에 저가는 청춘에 /너나 나나 밀려가는 나그네 /빈잔에다 꿈을 채워 마셔 버리자 /술잔을 높이 들어라 건배 건배 /서러워마라 울지를 마라 /속는 셈 치고 내일을 믿어보자 /자네도 빈손 나 또한 빈손 /돌고 또 도는 세상 탓은 말어라 /가는 세월에 저 가는 청춘에 /너나 나나 끌려가는 방랑자~"
술잔을 들고 가수 나훈아의 '건배' 노래를 흥얼거려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말도 안 되는 계엄 준비에서부터 선포까지 술을 마시며 했다는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
어이가 없는 애주가들은 연말 핑계로 술잔을 자주 들게 됩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복귀시키려는 계략만 꾸미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지자들도 욕을 해대니 얼굴 두껍게 하고 다니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에 비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만 배쯤 엄중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을 탄핵시켜 달라고 요구했던 권성동 의원이 지금 그보다 만 배나 엄중한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나선 것은 코미디도 아닙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입니다.
하루도 맨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민주의 성지인 광주광역시에서도 부끄러운 이야기가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일부 지방의원의 막말과 성희롱 발언에 시의원의 유흥주점 출입까지.
한 남성 기초의원은 여성 공무원에게 승진하려면 얼굴을 성형해야 한다는 성희롱성 발언을 했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입니다. 지역 살림을 돌볼 자격이 없습니다.
또 한 여성 기초의원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xxx가 xxx없이..."라는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여성 의원의 입에서 이런 무지막지한 욕이 나오다니.
이들은 다음 선거에서 주민이 단호한 심판을 할 것 같습니다.
또 한 광주시의원은 유흥주점에 출입해 뒷말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필이면 탄핵 촉구 시위가 한창이던 날이어서입니다.
잘못된 건 분명합니다만 자당의 권리당원 생일이어서 잠깐이라도 들려달라고 해 갔다는 겁니다.
권리당원과 주민의 선택을 받는 시의원 입장이다보니 안 가기도 그렇고 해서 잠깐 들린 것 같아 보입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사리 분별을 못하고 잠깐이라도 출입한 건 잘못입니다.
하지만 나무라거나 질책은 하더라도 인신공격까지 하는 건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술잔을 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세상, 각자 지혜롭게 슬기롭게 이 위기를 이겨내야 합니다.
외환시장이 날마다 요동을 치고, 국가 신용등급에 문제가 있을 만큼 해외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 경제가 치명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일궈온 대한민국인데 이렇게 쉽게 망가뜨릴 순 없습니다.
연말 연초 특수도 살려 비틀거리며 무너져가는 민생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송년회도 열어 친구, 동료들과 술잔을 높이 들고 행복한 미래 건설을 위해 건배합시다.
"술잔을 높이 들어라. 건배~"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