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ㆍ고용 전부 추락…" 신음하는 광주 하남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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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ㆍ고용 전부 추락…" 신음하는 광주 하남산단
  • 김창용 기자
  • 승인 2015.10.2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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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실적 4년째 내리막길, 수출도 계획比 70%
물량 줄면서 고용시장도 냉각…"총체적 불황"
대기업 생산 감소, 해외이전설, TPP까지 악재
3000억원 투입 리모델링 시험대 "성장엔진 되나"

▲ 광주지역 제조업 생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광주 하남산업단지가 조성된 지 30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고 있다.

"생산도, 고용도 죄다 추락해 걱정이 태산입니다. 수출도 당초 계획의 7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갈수록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건 아닌지…"

빛고을 광주의 대표산업단지인 하남산단관리공단의 이승용 총무부장은 22일 산단운영 현황판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이 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영학 박사로 지난 30년 간 산단지기를 도맡아 하남산단의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이기에 "심상치 않다"는 말은 곧 산단의 위기감을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것이다.

980여개 업체가 입주한 하남산단의 속앓이는 경제지표에 그대로 녹아 있다.

1983년 준공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보이던 생산실적은 2011년 15조8505억원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에는 13조원대로 추락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불황의 그늘은 여전해 5조932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1345억원, 비율로는 16%나 감소했다.

수출도 2011년에 50억 달러를 돌파한 뒤 곧바로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41억5544만 달러로 '40억'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계획대비 실적도 2011년에는 107%로, 초과 달성했으나 2012년 이후 86%, 78%, 69%로 매년 가파른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실적도 19억9100만 달러로 당초 목표치의 34%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생산량 감소는 곧바로 고용시장을 냉각시켰다. 한때 3만1000명에 육박했던 근로자수는 올 상반기 2만7000명대로 줄어들었다. 최근 1년새 1700명이나 감소했다.

▲ 지난 4월 하남일반산단 혁신사업 추진을 위한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 모습.

"이러다간 줄부도에 연말 올스톱 위기를 겪은 지난 2008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위기감도 근로자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밤 9시 넘도록 야근하는 공장이 많았지만 불황의 한파로 일감이 줄면서 오후 5시 무렵이면 조기 퇴근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산단 내 조립금속업체 직원 신모(42)씨는 "해질녘이면 대부분의 공장에 불이 꺼져 적막감이 들 때가 많다"며 "일감이 없어 야근은 옛말이 된 지 오래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신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5∼6년새 이런 불황은 처음인 것 같다"며 "애들 학원비 걱정까지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탄식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J사는 야근이 사라지면서 한 달 전부터는 아예 구내식당 운영마저 중단한 상태다. 기아차 1차 밴더인 모 업체도 부속공장의 불이 꺼진 지 오래다.

산단의 버팀목인 S전자와 D전자의 생산량이 30∼50% 가량 줄면서 하청업체들도 생계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납품 물량에 맞춰 가동률도 낮췄지만 생산량이 늘어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금융권이 금리 인상에 대비하고 재무 건전성을 위해 수익성을 중시해선지 자금회전도 쉽지만은 않고 선뜻 돈을 빌리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 일부 업계는 글로벌 불황에 따른 경영난과 대기업들의 단가 인하, 생산라인 해외이전 등에 대비한 자구책 즉 탈(脫) 대기업의 독자생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생존 가능성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오선동 하남산업단지 (주)한영피엔에스 공장을 찾아 현장시찰을 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시장도 한겨울이다. 생산공장과 냉동창고 등이 매매나 임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수요자 찾기가 바늘구멍이다.

부동산중개업소 김모 대표는 "놀고 있는 공장시설 일부를 임대 놓는 경우가 많은데 선뜻 빌리려는 업체가 없다"며 "영세업체들의 경영난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 같다"고 귀뜸했다.

편의점, 식당, 모텔도 고객이 급감하는 바람에 울상이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미국과 일본이 일본산 자동차부품 80% 가량에 대해 2.5%의 수입관세를 폐지키로 합의한데다, 삼성 광주전자의 백색 가전라인의 해외이전설도 끊이질 않아 자동차 부품과 백색가전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하남산단 곳곳에는 뒤숭숭한 분위기마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 둔화와 '중국발(發) 리스크'도 산단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강조병 기획진흥부장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지급률 향상 등 이른바 '중국 리스크'가 당장은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앞으로가 문제"라며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와 내수 침체 등 불안요소들을 씻어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가 오는 2020년까지 하남산단에 총 사업비 2944억원을 투입해 인프라 확충과 산업 생태계 혁신, 근로 및 정주여건 확충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하남산단이 불황을 딛고 광주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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