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찰 수사 과정·증거 일부 의문"…법정 공방 예고
사건 발생 15년 만에 법정에 선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의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영훈)는 31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이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은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A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초기에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로 남았다.
2012년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 결과 피해자 체내에서 검출된 체액과 다른 사건의 강도살인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모(39)씨의 DNA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확보한 추가 자료와 진술을 근거로 김씨를 사건 발생 15년 만에 기소해 이날 첫 공판이 이뤄졌다.
공판에는 이 사건의 피고인 김씨가 출석했다.
피해자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공판을 참관했다.
파란색 수의 차림의 김씨는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장의 질문에 답했다.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거나 사건 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피해자를 승용차에 태워 드들강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뒤 목을 조르고 물에 빠뜨려 살해했다는 검찰 측의 공소 사실에 대해 그는 "범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예, 아니오로 답하기 애매하다 DNA가 검출됐다고 해 성관계를 했을까 추측한다"며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사건 당일 여자친구·조카와 강진으로 여행을 갔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김씨가 수감된 교도소를 압수수색해 사건 당일 김씨가 여자친구·조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내기도 했다.
검찰은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김씨가 일부러 찍어 보관한 것"이라며 김씨 범행의 정황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정황 증거와 수사 과정에 대해 일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검찰 측에 "피고인의 전 여자친구 여러 명을 왜 조사한 건가", "피해자와 피고인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승용차에 함께 탔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묻고는 "공소 사실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피고인의 성향을 확인해 정황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 명을 조사했다"면서 "인터넷 채팅으로 피해자를 만났는지 확인 안 됐다. 승용차에 태운 증거도 없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제출한 증거 일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3시 김씨가 불출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증거 채택 여부를 논의했다.
다음 기일은 19·26·28일 열리며 여기에서는 검찰과 김씨가 신청한 증인 심문과 증거 조사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