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방문…"여러 기관 간 중복 사업 조정 논의"
"방탄소년단이 세계 많은 젊은이와 소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정성이죠. 드라마는 허구지만 진실로 받아들이도록 하면 성공하고요. '허구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것', 여러분은 그런 콘텐츠가 나오도록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0일 전남 나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한 외국인 직원이 "K-콘텐츠가 유럽에서 인기인데 성공을 지속하려면 정부가 어떤 협력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손을 든 직원은 콘텐츠진흥원 미주유럽수출지원팀에서 문화협력 전문가로 일하는 샤를로트 드플라시외 씨. 프랑스 외교부 산하 기관 소속인 그는 양국 간 콘텐츠 분야 협력 활성화를 위해 2년째 이곳에서 파견 근무하고 있다.
유 장관은 "한국은 정부가 마중물 정도의 역할을 했을 뿐 현장 예술가의 창의력이 중요했다"고 짚은 뒤 "최근 파리에서 한국과 프랑스 댄스팀이 함께 춤을 춘 광경에 관객들이 감동해 기립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렇게 통하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수많은 콘텐츠에 진정성과 믿음을 넣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 장관은 나주에 있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을 잇달아 방문해 직원들과 1시간 반에 걸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중 콘텐츠진흥원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첫 장관 재임 시절이던 2009년 5개 기관을 통합해 콘텐츠진흥원을 설립하고 개원식 축사를 했다. 이후 15년 사이 콘텐츠 수출액은 가전제품과 이차전지를 추월했고, 콘텐츠진흥원도 설립 당시보다 예산과 인력 등이 3배 정도 커졌다.
유 장관은 이러한 발전상을 짚은 뒤 "콘텐츠 산업의 시작과 끝인 중요한 기관"이라며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기업과 창작자의 역량을 키워주는 게 핵심 역할이다. 행정적인 기획도 창의적인 일이니 도전과 모험을 멈추지 말라"고 격려했다.
유 장관은 또한 "콘텐츠진흥원의 해외비즈니스센터가 해외에서 문화예술, 체육, 관광 등을 아울러 소개하며 역할을 분명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콘텐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가 더 크다. 일례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우리의 철학, 정신적인 부분이 소개되고 김밥도 인기를 끌지 않나. 진흥원이 그 역할을 위한 접근을 더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앞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서도 정병국 예술위원장, 100여 명의 직원과 만나 기관의 업무 추진 방향과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예술위는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기초예술 분야를 지원하고, 아르코극장과 미술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직원 중 전담심의관 7명을 선정해 분야별 전담심의제를 도입했으며, 성공 레퍼토리 창출을 위해 우수작품(예술인)의 후속 지원을 강화하는 등 지원 체계 전환을 꾀했다.
유 장관은 "(예술위는) 쌓인 세월이 길어 대변신해야 할 시점에 왔다. 50년간 해온 걸 답습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정부 정책을 떠나 이미 우리 문화예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 변화하는 시점에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니 떨어지지 않도록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술위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다른 예술 기관과의 중복 사업 조정, 지역 재단과의 연계 방안에 관해 질의하고 문화시설 운영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예술위 노조위원장은 "기관 간 또는 중앙과 지역 간 역할 재정립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일부) 기능 조정이나 분절적인 사업 개편이 창작·유통·향유의 선순환 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고, 관련 직원들의 불안감이 있으니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해달라"고 건의했다.
직원들 목소리를 들은 유 장관은 "문화뿐 아니라 체육, 관광 분야에서도 기관 간 중복된 사업을 정리해보려 한다"며 "기관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하도록 조정하는 것으로, 앞으로 기관 간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예술단체와 예술가가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다년간 레퍼토리 지원, 극장 특성화 지원이 그런 변화에 포함된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한번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문학, 미술, 연극 등 분야별로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대표적인 상품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정병국 위원장은 "하루 평균 직원 30~40명이 서울로 출장을 가야 해 문화행정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가장 문화로부터 소외된 게 현실적인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미래를 예측하며 문화예술 트렌드를 만들어가야 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어려움에 공감하는 한편 지역문화 진흥 측면에서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