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송년모임 독려에 지역화폐 할인율 확대 등 나서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탄핵 정국 여파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 자영업자 2명 중 1명 탄핵 사태로 피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비상계엄·탄핵 사태 등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긴급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응답자 505명(외식업 248명, 숙박업 257명) 중 4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52)씨는 최근 20∼30명 규모의 관공서 단체 회식 사전 예약을 받고 식재료 준비에 나섰으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취소 통보를 받았다.
A씨는 "탄핵 직후이다 보니 분위기상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관공서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가뜩이나 불경기에 기대했던 연말 특수마저 실종돼 시름이 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음식점 사장인 B(50)씨 역시 현 시국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호소했다.
B씨는 "회식 자체가 위축되다 보니 이른바 2차 술자리 손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지경"이라며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최근 점포를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 등 접경지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이 수개월째 이어진 상황에서 탄핵 정국까지 겹치자 관광객이 대폭 줄었다.
김포 한 캠핑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말 예약자가 평소보다 80%가량 줄었다고 밝혔고, 강화의 캠핑장은 한동안 손님을 받지 못해 휴업에 들어갔다.
◇ 구내식당 휴무에 상품권·지역화폐 할인율 확대까지
이에 전국 지자체장들은 취소된 송년 모임을 다시 열 것을 독려하며 소비 촉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동시에 지역화폐 인센티브 할인율 확대, 구내식당 휴무, 소비 촉진 캠페인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얼어붙은 민생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비 진작책으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추진하는 '경기 살리기 통 큰 세일'의 내년 지원예산(50억원)을 도의회와 협의해 증액하기로 하고 내년 1월 설을 앞두고는 시군과 함께 지역화폐 인센티브 할인율을 6%에서 10%로 상향한다.
경남도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경남사랑상품권을 3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10% 할인가격으로 제공되는 상품권 사용기간은 내년 3월 31일까지로 정해 연말연시 소비 확대를 꾀했다.
도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e경남몰'은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농축수산물 600여개 품목을 최대 30%, 2만원까지 할인 판매한다.
대전 중구는 침체한 체감경기 회복을 위해 중구청 구내식당의 한시적 휴무를 결정했다.
구내식당은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한 달에 2번 휴무에 들어가며 구청 직원들은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변 식당을 이용할 예정이다.
광명시는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해 지역 내 시장 상권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비 촉진 지원금 지급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기로 했다.
또 공무원 복지포인트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경제에서 돈이 돌도록 하는 방안과 급여가 적은 신규 임용자에게 지급하는 격려금을 8급 이하 공직자까지 확대해 소비를 북돋우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최근 탄핵 집회 때 크게 주목받은 선결제 운동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광주시는 주말에만 발행하던 2천∼3천원의 공공 배달앱 할인 쿠폰을 평일까지 확대하고 24∼25일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최대 4천원 할인 쿠폰을 추가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충북도는 난국 타개를 위해 청주상공회의소와 손잡고 지역 경제기관·단체에 전통시장 장보기, 골목식당·착한가격업소 등 이용 캠페인에 동참해달라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아울러 내수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임을 고려해 민생 안정을 위한 비상 경제 대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해 소상공인 육성자금의 상환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내년에는 상반기에 이 예산의 70%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자금난을 덜어줄 계획이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간부회의에서 "내수 (활성화) 및 소비 진작을 위한 노력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며 "연말 송년 모임 등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휴가도 권장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