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여름 극장가에 동시에 출격한 한국영화 두 영화 '엑시트'와 '사자'가 개봉일 1·2위로 나란히 출발하면서 한국영화가 그동안 디즈니 영화 등 외화에 내준 극장가 주도권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청춘 빗댄 재난영화 '엑시트'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휩싸인 도심을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두 청춘남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재난영화라는 틀 속에 코미디와 감동, 액션 등이 골고루 담겼다.
국제미래도시라는 거창한 이름의 신도시에 누군가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가스를 대량 살포하자 도시는 마비된다.
엄마(고두심 분)의 칠순잔치를 위해 구름정원 웨딩홀에 모여 있던 용남(조정석 분) 가족은 건물에 고립된다.
웨딩홀 부점장 의주(임윤아 분)는 용남 가족과 함께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려 하지만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힌다.
"저건 재난이 아니야. 진짜 재난은 지금 우리 상황이야."
영화 도입부에 청년 백수인 용남에게 또 다른 백수 친구가 하는 이 대사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함축한다.
의주는 비록 취직에 성공해 부점장 자리에 올랐지만 치근덕대며 갑질하는 상사를 견뎌야 하는 고달픈 청춘이라는 점에서 용남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각자도생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재난이라는 상황에 절묘하게 빗대고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는 긴장감과 유머다. 클라이밍 동호회 출신인 용남과 의주가 건물을 기어오르고 건너갈 때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긴장감 사이엔 유머가 담겼다. 포복절도할 웃음이 아니라 페이소스가 담긴 웃음이다.
백수인 용남의 말을 가족들이 아무도 안 믿다가 재난문자에 반응할 때, 쿨한 척하던 용남과 의주가 다리에 힘이 풀리며 횡설수설할 때 객석에선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진다.
극한 상황에서 멋지게 포옹하는 여느 영화 속 주인공보다 겁에 질린 두 사람의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03분.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74903&mid=42749
◇ 판타지와 액션 볼거리를 더한 과감한 변주 '사자'
영화 '사자'는 오컬트 영화와 슈퍼히어로의 만남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영화에서 다소 낯선 소재를 끌어와 장르적 접근을 꾀하는 동시에 판타지와 액션 볼거리를 더한 과감한 변주를 시도했다.
주인공은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격투기 선수 용후(박서준 분)다.
"아버지를 살려달라"는 자신의 기도를 저버린 신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그는 어느 날 꿈에서 본 의문의 상처가 손에 난 것을 발견한다.
이후 매일 밤 손에서 피를 흘리는 악몽에 시달리자 점쟁이가 알려준대로 바티칸에서 온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 분)를 찾아간다.
그를 통해 자신의 상처가 귀신을 쫓는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구마의식을 함께할 동료가 없어 홀로 힘겨운 사투를 이어가던 안 신부는 용후의 가세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검은 주교(우도환 분)와 맞서 싸울 힘을 갖추게 된다.
격투기 챔피언과 구마 사제라는 이질적인 두 캐릭터를 전면에 앞세운 '사자'는 오컬트 영화의 서스펜스와 액션영화의 활력을 절묘하게 조합한다.
단순히 구마의식이라는 기괴한 현상과 공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슈퍼히어로물 특유의 성장담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점에서 비슷한 소재의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과 차별된다.
용후와 지신이 맞붙는 후반부 액션 시퀀스는 오컬트와 액션이 결합한 장르적 쾌감과 함께 실험적인 시도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매력적으로 장식한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해 콘셉트를 차별화한 점도 미덕으로 작용했다.
서스펜스와 파워풀한 액션이 시종 짜릿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하는 '사자'는 올 여름에 즐길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결과물이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29분.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78544&mid=43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