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특별전시 '시천여민(侍天與民)'을 6일부터 12월 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한국 근대사의 분기점을 이룬 동학농민혁명 130주년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흔을 예술을 통해 치유하기 위해 창설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을 기념하고자 기획됐다.
전시 제목인 '시천여민''은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과 '여민주공동체(與民主共同體)'를 축약한 것이다.
전자는 '하느님을 모시고 조화 세상을 열어나간다'는 동학의 시천주 주문의 구절이며, 후자는 '사람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뤄나간다'는 뜻으로써 오월정신의 핵심을 담고 있다.
이처럼 동학으로부터 오월의 스토리를 이어 조명하는 이유는 각각을 개별적이고 분절적인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에서 민주‧인권‧평화라는 공통된 정신적 가치가 계승되어 왔음을 재인식하기 위해서다.
본전시에서는 전쟁을 불사한 정치혁명으로써의 동학을 정신문화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이를 5‧18민주화운동이 남긴 광주정신의 뿌리로 삼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사회의 전지구적 보편가치로 제시하고자 하며 총 네 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섹션은 '동학 & 오월 아카이브'로, 동학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동경대전', '용담유사'를 비롯해 동학농민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배경과 전개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준비했다.
두 번째 섹션의 주제는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이다. 동학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은 모든 사람은 제 안에 우주생명을 모시고 있으며, 그 자체가 곧 우주생명임을 뜻한다.
이 섹션에서는 동학의 시천주 정신을 현재의 시대정신으로 재확인하고, 동학농민혁명에 담긴 민중의 염원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세 번째 섹션 주제는 '여민주공동체(與民主共同體)'다. 1980년 5월 광주의 시민들은 하나의 공동체로 결집해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신군부 세력에 맞서 비상계엄 해제 및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개인의 희생이 곧 공동체의 삶임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이 섹션에서는 80년 광주의 역사적 유훈인 공동체 정신을 재확인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광주정신으로 계승하며, 나아가 민주‧인권‧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확장하는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어린이갤러리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섹션은 '뭇살음의 누리'로 동학의 삼경(三敬) 사상에서 착안한 주제다.
동학의 2대 교조 해월 최시형(崔時亨, 1827~1898)은 우주 안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삶의 자세는 하늘과 사람, 그리고 만물을 공경하는 마음이라 했다. 이는 인간과 비인간의 평등을 인지함으로써 만유의 상생과 조화를 지향하는 우주적 삶의 모습이다.
이 섹션에서는 자연에 존재하는 뭇생명의 공생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국내작가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작가 총 45명이 참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네 나라가 예술의 형식을 빌려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넘어서 민주‧인권‧생명‧평화라는 보편적인 정신문화를 서로 공유하고 확산시키고자 한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개벽사상을 열고자 했던 동학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나아가 이러한 정신적 가치가 5‧18광주민주화운동까지 계승된 과정을 살펴보는 전시"라며 "피맺힌 항쟁사에 깃든 생명공동체와 평화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고, 역사를 비추어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생각해보는 예술공론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