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나를 두고 저만큼 또 멀어지네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가수 박인희의 노래 '끝이 없는 길' 가사 일부입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고개가 갸웃해지는 만남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런 생각에 잠기게 하는 쓸쓸한 가을을 국민은 의지와 상관없이 사색하게 됐습니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가 애걸복걸하며 만나달라고 하자 마지못해 한 달 쯤 만에 만났습니다.
대통령은 여론에 밀려 여당 대표를 만나선지 잘못한 학생을 훈계라도 하는 태도로 '그래, 뭐가 문제야. 이야기 해봐, 나 바빠 빨리 얘기해'라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이쯤에서 김 여사가 얘기한 말들을 소환합니다.
"저 사람은 내가 다 챙겨줘야 할 바보다. 멍청해도 말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힘이 세나,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
한 언론과의 통화 녹취 내용 일부입니다.
대통령은 술 마시느라 귀를 막고 사는 모양입니다.
세상이 떠들썩한데 한 대표와 만난 후 잠 못 이룬 밤을 지샜는지, 다음날 누가 어떤 문제인지 알려주면 판단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생과 나라를 어떻게 꾸려나가겠다는 건지, 아내 말만 들으면서 살겠다는 건지.
나라를 챙길 마음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건들건들, 도리도리하면서 두 손을 탁자에 올려 놓고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 해결 의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공식 행사에서는 참모들이 써준 원고만 읽으면 그만이고, 즉석발언을 하는 걸 들어보면 도대체 뭔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한남동라인 8명을 거명하며 인적쇄신을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인적 쇄신에 대해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면 조치를 할지 말지 판단하겠다고 했습니다.
해결을 잘 해보겠다는 말로 들리지 않습니다.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역대 대통령 몇 분은 읍참마속으로 자식을 감옥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굴도 못 본 장인의 과거 좌익 경력을 문제 삼고 따지니 '그럼 마누라를 버리란 말이냐'며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대하는 태도가 굴복할래, 그만 둘래라고 윽박지르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뭐가 문제냐'는 식은 아내 허물을 온몸으로 방어하는 지아비의 모습으로만 비춰집니다.
대통령은 한 사찰을 찾아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기개가 대단합니다. 그렇지만 대인배로는 아닌 듯 보입니다.
누굴 위해 돌도 맞겠다는 건지, 저로서는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내가 머리 싸매고 힘들어 하고 있으니 돌도 맞겠다는 생각인 것 같아서입니다.
대통령이 한 대표와는 음료수 한 잔 주고 쫓아버리고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식사를 대접하며 약을 올렸습니다.
한 대표도 이에 질세라 측근들과 한밤중 번개모임을 했습니다.
국민의 엄중함을 느꼈다면서 눈높이에 맞게 해나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마이웨이, 서로 갈 길을 거침없이 막 가자는 것일까?
야당의 한 의원은 윤-한 회동을 '옹졸한 이별식'이라고 조롱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각자의 길, 너무 멀어 보입니다.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가도록 걸어가는 길~"
국민을 볼모로 가지 말아야 할 길은 가지 말기를.
아내만을 위한 길이 아닌 국민을 위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