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도둑 시청'을 해놓고는 뻔뻔하기가 그지없다.
저작권 개념은 안중에 없고, 문화적인 도덕성도 바닥이 아닌가 싶다.
그래놓고 대국이란다. 주머니는 두둑할지 모르겠으나, 한류를 놓고 하는 행태를 보면 선진국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재주 부린 곰은 발바닥에 땀이 나게 노력했는데, 왕서방은 돈 한 푼 안 내고 실컷 즐거워하더니 입을 싹 씻는다.
tvN 드라마 '도깨비'가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공유에 대한 중국 여성들의 '공유 앓이'가 '태양의 후예' 때 '송중기 앓이'를 추격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게 다 훔쳐서 본 거였다.
'도깨비' 제작사는 무려 160억 원을 투입해 이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대국'이라는 중국에서는 '도깨비'를 대놓고 불법 시청했다.
불법 시청이라고 하면 보통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벌어진다. 주류 플랫폼을 통해 해적판이 유통될 수 없는 거다. 그래선 안 된다. 더욱이 저작권 보호를 몇 차례 약속한 중국이 아니던가.
그런데 '도깨비'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 지난달까지 전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도깨비'가 방송 내내 웨이보 검색어 상위를 차지했다.
다른 음성적 사이트에서는 심지어 광고 영업까지 했다. '도깨비'를 공짜로 훔쳐다 틀면서 광고까지 팔았단 얘기다. 그러다 단속이 될 것 같으면 다른 사이트로 옮겨가 '영업'을 하는 식으로 많은 '업자'들이 '도깨비 특수'를 누렸다.
웨이보에서 '도깨비'가 삭제됐다는 소식이 지난달 말 전해졌다. 이른바 '사드 보복'의 일환인데, 어이가 없다.
'사드 보복'이 아니라 '불법'이라는 이유로 진작에 중국 당국이 단속했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미 공짜로 볼 것 다 보고 열광할 것 다 한 '도깨비'를 이제 와 단속하면서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
차이나머니 앞에서 전전긍긍하면서 도둑질당해놓고도 정식 항의 한번 하지 못한 우리의 처지도 눈물겹다.
당장 현금으로 바뀌는 소비재를 통째로 도둑맞았다고 해도 가만히 있었을 것인가.
드라마 '도깨비'에서 전지전능한 도깨비는 위기의 순간 나타나 납치범도, 소매치기도, 뺑소니범도, 패륜범도 모두 혼내줬다.
"중국은 말이 안 통한다", "항의해도 소용이 없다"고들 한다.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도깨비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