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세계 극찬, 한강 노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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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만평] 세계 극찬, 한강 노벨 기적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4.10.12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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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 첫 노벨문학상 수상한 작가 한강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이 선정되자 한국 정치권의 모습에 일부 외국 전문가들이 생경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대립하는 모습만 보여왔던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모습 자체가 놀랍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기쁨의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 소식이라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축하 메시지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신랄한 경쟁자 관계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한목소리로 축하하는 것 자체가 '희귀한 순간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관심은 고맙지만 왠지 비아냥거리는 말로 들려 씁쓸합니다.

더 디플로맷은 국회가 보인 모습에도 주목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국정감사 도중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여야 의원들이 감사를 잠시 중단하고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국감 도중 전해진 기쁜 소식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도 사실 생경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그동안 검열과 체면에 맞선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문본을 공동 번역한 미국 번역가인 모리스는 한강은 몇 번이고 한국의 검열과 체면 문화에 맞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번 더 강하고 흔들림 없는 작품으로 자신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를 떨쳐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 한강의 작품은 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에게 작품 주제를 더욱 진실하고 대담하게 다루라는 영감을 줬다고도 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강은 죽음과 폭력 등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2014년 펴낸 '소년이 온다'는 더욱 시적으로 구현된 정의의 글로 널리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5·18의 경험을 한국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 뜻이 깊은 작품입니다.

과거 국가폭력의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서늘하고도 뜨거운 몇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102~103)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213쪽)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외신은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라고 기억을 공유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도서 지원사업에서 탈락시킨 작품 '소년이 온다'에 주목하면서 그가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었던 점을 상기시킨 것입니다.

한 작가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세종도서 지원 사업에서 최종 탈락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지원하는 해외문화교류행사 지원에서 배제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야당을 지지한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한 작가를 포함시킨 결과였습니다.

외신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 그가 9살 때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었다고 했습니다.

한강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간의 폭력에 대한 그의 가치관이 형성됐고, 이것이 그를 괴롭혔다고 2016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한 작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부상 당한 사람들에게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섰던 사람들을 본 기억이 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폭력적일 수 있고,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숭고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쓸 때면 항상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돌아간다는 소회를 밝혔다고도 했습니다.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의 안나-카린 팜 위원 역시 한 작가의 작품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소년이 온다' 작품부터 먼저 읽어봐야 한다며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았습니다.

한 작가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세종도서 지원 사업에서 '사상적 편향성'을 지적받고 최종 탈락했습니다.

또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지원하는 해외문화교류행사 지원에서 배제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야당을 지지한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한 작가를 포함시킨 결과였습니다.

다만 한국문학번역원은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상관없이 한 작가를 지원했습니다.

한 작가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국가폭력·가부장제·혐오 등 역사·사회·개인적 억압의 양상과 그에 저항하는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왔습니다.

다양한 고통 속에서도 서로서로 외면하지 않은 그의 작품은 5·18 광주 정신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우리는 한 작가의 수상으로 5·18의 진상이 국내외로 더욱 널리 알려지길 고대한다며 한 작가와 관계자 등과 협의해 5·18 정신을 확산시킬 수 있는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거슬러 대통령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국감장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축하의 박수를 보낸 것에 주목합니다.

진심인지, 그냥 박수를 따라 친 것인지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들갑을 떨던 '5·18민주화운동 헌법전문 수록'은 어느 구석에 쳐박아 둔 모양입니다.

지체없이 서둘러 헌법전문 수록을 완성해야 합니다.

제발 정치를 말로만 씨부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진실을 호도하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망발은 더 이상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광주에 와선 굽실거리며 5·18을 찬양하고, 열차 타고 서울로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 돌려 침을 뱉는 위정자들의  모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한 작가가 소리없이 외치는 '정의'에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솔직담백한 '정의의 서사'에 국민은 끊임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한강의 기적은 계속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 '신세계만평'은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풍자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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